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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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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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동행하는 바람
출판(발표)연도 : 1975     출판사 : 한국문학사
문패
 
                          이향아
 
 
우리집 문패는 작고 초라하다
남보기에 하찮을 우리 행복의 크기
남편의 고집이 내 순종을 불러
거기 휘파람 불며 걸려 있다
'이 담에 대리석 기둥에
당신 이름이랑 함께 새겨서'
그가 몇 해 전이던가 말했었다
문밖은 꽤 차고
이따금 바람 지나는 소리도 들렸었다
나는 웃었다
벌써 중년에 접어든 그의 얼굴은 안보고 가만히 웃었다
벌써 중년에 접어든
내 웃는 얼굴을 보고
그가 어떤 얼굴을 하였나 나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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