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바다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동행하는 바람
출판(발표)연도 : 1975     출판사 : 한국문학사
바다
 
                        이향아
 
 
        1

시댁 동구밖 깊은 바다에서
셋째놈 태몽에
키 넘는 물고기 한 마리 낚아 올렸다
바다에서 얻은 자식
배타고 멀리 나가 30년 돌아오지 않는
시아버님 자식
배타고 멀리 나가 30년 돌아오지 않는
시아버님 바다.
       
        2

모래톱 현란한 물가를 걸으며
나는 벌거벗은 맨발이어도
곰살가운 그의 말소리엔 대답하지 않으리
그대 노래 날 재우고
미역타래 빨듯 내 머릿단
그 물살에 맡길지라도
난 대답하지 않으리
흘린 눈물 짭짤한 몇 나절이
지금 바다에 젖어 같이 흐르네.

        3

소녀적 내 동무는
소녀적에 죽어 산에도 못 묻히고
뼛가루 분가루 되어 바다로 울며 가서
온 바다에 딩굴며, 킬킬대며 춤을 추네
바다가 내 발목을 놓지 않네
까불거리던 내 동무의 습기 많던 손
그리워라
밀려와서 싸리꽃처럼 부서지네.

        4

백수광부여, 홑적삼 입은
백수광부여, 물 건너가거라
당신 아내 울부짖으며 그대 목숨 따라와도
귀 막고 미친 듯 물 건너가거라
이 세상의 절반만한 장대한 여인이
젖 불은 가슴을 뒤채기면서
그대 취한 걸음, 건너가길 기다린다
머리 푼 아침 해도 즐펀히 누워
황금 날개 돋혀 날아가길 기다린다

        5

어린 것들을 모두 불러 바다를 향해 앉힌다
아가야
네 창에는 무엇이 보이느냐
산호, 진주, 수평선을 접고 가는 젖은 갈매기
바다 끝 먼 파도가
그들 가슴 복판에서 부서질 때까지
어린 것들을 모두 불러 바다를 향해 앉힌다
바닷속에는 무엇이 있어?
바닷속에는 세상이 있단다
세상은 모두 녹아 바다로 간단다

큰 바다지? 무서운 바다지?
아니다 무섭지 않다 아가야
왜 엄마? 왜 엄마
만리 밖 용궁에서 불을 밝히고
용왕님이 아득하게 헛웃음을 치신다.

        6

두렵고 허허로워라
천산을 잘라다가 하해를 메꾸네
내 빈곤과 열망의 빈 자리를
그대 풍기는 바람결이 메꾸어가듯
천산을 잘라다가 하해를 메꾸네
홈 패인 뒷굼치마다 바다는 다시 울며 고여
날 눌러 여기 주저앉히고
육신의 도처에서 피리소리를 네내
뼈와 살이 출렁이어 한 웅큼 손바닥 밑에 남도록
멀미하는 전신으로 노래부르네.

        7

내 집 뜨락에 내리는 바람에선
빛 바랜 돛폭의 향기
날만 새면
아이들은 골목에서
파도소리처럼 떠들고
가족들은 비린내 나는 식탁에
둘러앉았다
내 의식의 멀고 가까운 선창에서는
범선 두어 척이 사철 나를
기다리고 있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