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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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3:21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동행하는 바람
출판(발표)연도 : 1975
출판사 : 한국문학사
바람에게
이향아
비석 없는 내 아버지 무덤에서
살던 바람아,
사지가 잘리어 들어 앉아 있다가
큰 죄 짓고 몇 삼년 들어 앉아 있다가
오만 마디 뼈끝 아리는
연줄 연줄 끊고서
백발을 펄럭이며
돌아오누나
달밤이면 꽃신 신고 미쳐서 운다
부끄러어라
놀람도 없이 슬픔도 없이
멍든 발톱만 끌고서 살아 왔는고
해밝은 대낮
내 근심 모두 짜서
빨래줄에 내어 걸고
눈물의 한 방울도 모두 내어 걸고
문턱 베고 누워서 듣는다
바람아,
네 돌아오는 울적한
소리
이향아
비석 없는 내 아버지 무덤에서
살던 바람아,
사지가 잘리어 들어 앉아 있다가
큰 죄 짓고 몇 삼년 들어 앉아 있다가
오만 마디 뼈끝 아리는
연줄 연줄 끊고서
백발을 펄럭이며
돌아오누나
달밤이면 꽃신 신고 미쳐서 운다
부끄러어라
놀람도 없이 슬픔도 없이
멍든 발톱만 끌고서 살아 왔는고
해밝은 대낮
내 근심 모두 짜서
빨래줄에 내어 걸고
눈물의 한 방울도 모두 내어 걸고
문턱 베고 누워서 듣는다
바람아,
네 돌아오는 울적한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