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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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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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면서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껍데기 한 칸
출판(발표)연도 : 1986     출판사 : 오상사
하산하면서
 
                    이향아
 
 
되돌아가자
매운 연기 속으로
저 들판 가운데 묶어 두고 온
눈 먼 황소한테로 가자

살아서 걸어가는 햇살 아래
조금씩 죄가 되는 물을 마시며
업고 온 산그늘 문패처럼
걸어 놓자
사위어드는 달 하나씩
품고 살다가
때 되면 스며들자
죽은 듯이 가라앉자

눈 딱 감고 되돌아 왔노라
묻히지 않는 부끄럼만
다시 쥐고 왔노라
꺼이 꺼이 황소 울음
엎디어 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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