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근황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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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2 04:41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껍데기 한 칸
출판(발표)연도 : 1986
출판사 : 오상사
아버지께
-근황
이향아
어떤 밤엔 가끔가끔 꿈으로 스며
어머니의 깊은 잠을 풀고 오셔서
미련의 밧줄 같은 억센 힘줄이
벽마다 스며들어 새벽이 되어요
한밤에 큰 바다 해일을 지나
어머니 옷고름 풀려 있어요
동여맸던 옷고름 풀어 헤쳐요
복숭아꽃빛
어머니의 취기 피어나요, 피어나요
울고 싶은 아침
아들 낳고 딸 낳고 그럭저럭 살아요
죄지요
그럭저럭 사는 것은 죄지요
질기고 때 타는 줄 모르는
갈색 털목도리 같은 신랑들을 만나서
꼬막 조개, 속찬 알토란 같은 각시들을 만나서
나는 가을 한창 시샘으로 벙글어요
산 그늘에 강둑 위에 지천으로 피어
이상해요, 내 신랑은
내 사랑 그리움을
걸어 두고 보아요
서른 여덟 나들이간
젊은 장인 부끄려요
내 사랑 그리움은
남아돌아요
-근황
이향아
어떤 밤엔 가끔가끔 꿈으로 스며
어머니의 깊은 잠을 풀고 오셔서
미련의 밧줄 같은 억센 힘줄이
벽마다 스며들어 새벽이 되어요
한밤에 큰 바다 해일을 지나
어머니 옷고름 풀려 있어요
동여맸던 옷고름 풀어 헤쳐요
복숭아꽃빛
어머니의 취기 피어나요, 피어나요
울고 싶은 아침
아들 낳고 딸 낳고 그럭저럭 살아요
죄지요
그럭저럭 사는 것은 죄지요
질기고 때 타는 줄 모르는
갈색 털목도리 같은 신랑들을 만나서
꼬막 조개, 속찬 알토란 같은 각시들을 만나서
나는 가을 한창 시샘으로 벙글어요
산 그늘에 강둑 위에 지천으로 피어
이상해요, 내 신랑은
내 사랑 그리움을
걸어 두고 보아요
서른 여덟 나들이간
젊은 장인 부끄려요
내 사랑 그리움은
남아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