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환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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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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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환타지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껍데기 한 칸
출판(발표)연도 : 1986     출판사 : 오상사
바다 환타지
 
                    이향아
 
 
바다는
남산만한 저녁 해를
껴안고야 잠이 든다
즐펀한 선혈의 울음 속으로
해는 잠기고
바닷쪽으로 바닷쪽으로
나는 밤새도록
돌아눕는다

썰물은 달아나고
개펄은 남아
낡은 세계지도처럼
오래 사귄 사람의
울고 싶은 얼굴처럼

죽어도
이것이
소원이었다
드디어 나도
바다 위를 걷노라면
무너져 내리는
새벽 종소리
천천히 부활하는
나의 생애여
서러운 밤바다
나의 몽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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