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내려 갈 때 -사친가(思親歌)-6-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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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2 04:50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껍데기 한 칸
출판(발표)연도 : 1986
출판사 : 오상사
떠내려 갈 때
-사친가(思親歌)-6-
이향아
만장 폭에 휩쓸려 떠내려 갈 때
그날
별별 친구들을 다 만났습니다.
유행가 높은 곡조 빼는 몸짓으로
아. 나는 목을 병신처럼
틀어 올리고
수탉처럼 온 힘으로 틀어 올리고
나는 사팔뜨기
먼 산바라기
그리 잘난 것도 없고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던
그애들은 일없이
매미 우는 늙은 나무 그늘에서
땡뺏기를 하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주 부럽게
행복하게
황토 흙먼지 반고무신 위로 발갛게
줄때 무늬를 기어 오르고
황토 흙먼지를 뒤집어 쓴 듯
얼굴을 붉히고 걸었습니다
꼭두서니
꼭두서니
주제넘던 열 다섯
하늘이고 땅이고 타오르던 부끄러움
헛웃음치며 천천히 저물었습니다
-사친가(思親歌)-6-
이향아
만장 폭에 휩쓸려 떠내려 갈 때
그날
별별 친구들을 다 만났습니다.
유행가 높은 곡조 빼는 몸짓으로
아. 나는 목을 병신처럼
틀어 올리고
수탉처럼 온 힘으로 틀어 올리고
나는 사팔뜨기
먼 산바라기
그리 잘난 것도 없고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던
그애들은 일없이
매미 우는 늙은 나무 그늘에서
땡뺏기를 하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주 부럽게
행복하게
황토 흙먼지 반고무신 위로 발갛게
줄때 무늬를 기어 오르고
황토 흙먼지를 뒤집어 쓴 듯
얼굴을 붉히고 걸었습니다
꼭두서니
꼭두서니
주제넘던 열 다섯
하늘이고 땅이고 타오르던 부끄러움
헛웃음치며 천천히 저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