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여름 -사친가(思親歌)-7-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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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2 04:50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껍데기 한 칸
출판(발표)연도 : 1986
출판사 : 오상사
지독한 여름
-사친가(思親歌)-7-
이향아
다 생각납니다
시퍼렇게 기가 살아 텃밭을 기어오르던 호박넝쿨이
뙤약볕에 힘들면 오만 삭신 늘어뜨리곤 하던,
망설이던 여름
백제병원 의사가 아버지 심장에 찌르던
박하사탕 냄새나는 주사약
비위 뒤집히어 어리럽던 길고 축축하던 병원의 복도
지독하던 그 여름
땀띠도 성하고 물컷도 많아서
어디 한 곳 성한 데 없이 짓물러
곪아터진 여름
땅은 말라
껍보리 바스라기
뽀얗게 앞 눈 가리고
목구멍 장대질하던
그 경황에도 하루 세 끼
날 휘몰았습니다
손가락질했습니다
너 불쌍하구나
흔들었습니다
-사친가(思親歌)-7-
이향아
다 생각납니다
시퍼렇게 기가 살아 텃밭을 기어오르던 호박넝쿨이
뙤약볕에 힘들면 오만 삭신 늘어뜨리곤 하던,
망설이던 여름
백제병원 의사가 아버지 심장에 찌르던
박하사탕 냄새나는 주사약
비위 뒤집히어 어리럽던 길고 축축하던 병원의 복도
지독하던 그 여름
땀띠도 성하고 물컷도 많아서
어디 한 곳 성한 데 없이 짓물러
곪아터진 여름
땅은 말라
껍보리 바스라기
뽀얗게 앞 눈 가리고
목구멍 장대질하던
그 경황에도 하루 세 끼
날 휘몰았습니다
손가락질했습니다
너 불쌍하구나
흔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