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찰흙 위로
가을
0
861
2004.08.02 10:18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갈꽃과 달빛과
출판(발표)연도 : 1987
출판사 : 홍익출판사
비는 찰흙 위로
이향아
날받아 묘비를 세우는 날
비가 온다
뒤돌아다 보았더니
소금기둥 되었다고
뒤돌아다 보았더니
돌이 되었다고
비석에 적히었다
내 신발 바닥 고무창에는
공동묘지 명당자리
따라오면서
죽어라고 엉겨붙는
이승의 찰흙
나도 찰흙처럼 엉겨붙어서
죽어라고 한 백 년 더
눌러 살꺼나
천둥 번개 벼락에
울먹이면서
내 사랑. 내 사랑아
뒤돌아다 볼거나
묘비나 세운다
한 평생을 오그려 두어 줄 써서
확실히 죽었노라
이름 새겨 세운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예삿일이라고
배는 찰흙 위로
자꾸자꾸 쏟아진다
이향아
날받아 묘비를 세우는 날
비가 온다
뒤돌아다 보았더니
소금기둥 되었다고
뒤돌아다 보았더니
돌이 되었다고
비석에 적히었다
내 신발 바닥 고무창에는
공동묘지 명당자리
따라오면서
죽어라고 엉겨붙는
이승의 찰흙
나도 찰흙처럼 엉겨붙어서
죽어라고 한 백 년 더
눌러 살꺼나
천둥 번개 벼락에
울먹이면서
내 사랑. 내 사랑아
뒤돌아다 볼거나
묘비나 세운다
한 평생을 오그려 두어 줄 써서
확실히 죽었노라
이름 새겨 세운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예삿일이라고
배는 찰흙 위로
자꾸자꾸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