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헹구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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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3 17:02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강물연가
출판(발표)연도 : 1989
출판사 : 나남
달빛 헹구리
이향아
오늘 밤 달은
마당 귀퉁이
뼈만 남은 감나무 가지에
빈혈의 산모처럼 걸려 있었다.
달빛은 쏟히어서
앞강물에 고이고
달빛을 품고 있던 빈 껍데기만
이별을 끝낸 나뭇가지에
벌레집처럼 어설피
매달려 있었다.
물빛 풀린 앞강물에
빨래를 가리
무릎까지 첨벙대며
달빛 헹구리
옥양목 이불 호청 뜯어 내어서
푸른 달빛
흰 빨래
거품을 물고
미친 밤 빨래 소리
달빛 헹구리.
이향아
오늘 밤 달은
마당 귀퉁이
뼈만 남은 감나무 가지에
빈혈의 산모처럼 걸려 있었다.
달빛은 쏟히어서
앞강물에 고이고
달빛을 품고 있던 빈 껍데기만
이별을 끝낸 나뭇가지에
벌레집처럼 어설피
매달려 있었다.
물빛 풀린 앞강물에
빨래를 가리
무릎까지 첨벙대며
달빛 헹구리
옥양목 이불 호청 뜯어 내어서
푸른 달빛
흰 빨래
거품을 물고
미친 밤 빨래 소리
달빛 헹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