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리, 기억하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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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4 11:10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디서 누가 실로폰을 두드리는가
출판(발표)연도 : 1993
출판사 : 도서출판 오상
기억하리, 기억하리
이향아
잊어버리자고 한다.
잠기는 해 그림자 앞서 간 강물
저무는 거리 어제 만난 사람을
피어나던 자랑 뼈저린 수모도
아무것도 아냐, 잊어버리자고
썰물 지는 가슴은 동이자고 한다
저녁 들판에는 후회와도 같이
푸르게 파고드는 이내가 끼어
지나간 일이여,
그리움의 아슴한 원경이라고
다 잊어버리면 천지가 추울라
넋도 혼도 빠진 몸만 남아서
다 잊어버리면 세상이 추울라
잊혀질 어느 땅의 구석에서라도
순은의 종소리 보자기에 싸서
불빛 환한 창문께서 서성이는 그림자
혼자라도 여기 남아 있으리
기억하리, 기억하리
스며들고 싶다
이향아
잊어버리자고 한다.
잠기는 해 그림자 앞서 간 강물
저무는 거리 어제 만난 사람을
피어나던 자랑 뼈저린 수모도
아무것도 아냐, 잊어버리자고
썰물 지는 가슴은 동이자고 한다
저녁 들판에는 후회와도 같이
푸르게 파고드는 이내가 끼어
지나간 일이여,
그리움의 아슴한 원경이라고
다 잊어버리면 천지가 추울라
넋도 혼도 빠진 몸만 남아서
다 잊어버리면 세상이 추울라
잊혀질 어느 땅의 구석에서라도
순은의 종소리 보자기에 싸서
불빛 환한 창문께서 서성이는 그림자
혼자라도 여기 남아 있으리
기억하리, 기억하리
스며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