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새벽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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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4 11:15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디서 누가 실로폰을 두드리는가
출판(발표)연도 : 1993
출판사 : 도서출판 오상
그 시절 새벽
이향아
안개 낀 새벽이면
타관처럼 설레었다
통치마자락 거머 쥐고서
첨벙대며 달리고 싶던
백리
흰 강물
선잠 밀치고
뒤보러 나왔었다
텃밭에는 여름 푸성귀가
엽록의 부교처럼 떠 있었다
헛간 모퉁이 무당 거미는
지난 밤도 뜬눈으로
은사슬 레이스의 실비단을
짜늘여 두었었다
바람도 낯설었다
안개 속에 물귀신처럼
나는 발이 묶여 서 있었다
바람이 예감처럼 불고
어디선가 조그맣게
내 이름을 불렀다
이향아
안개 낀 새벽이면
타관처럼 설레었다
통치마자락 거머 쥐고서
첨벙대며 달리고 싶던
백리
흰 강물
선잠 밀치고
뒤보러 나왔었다
텃밭에는 여름 푸성귀가
엽록의 부교처럼 떠 있었다
헛간 모퉁이 무당 거미는
지난 밤도 뜬눈으로
은사슬 레이스의 실비단을
짜늘여 두었었다
바람도 낯설었다
안개 속에 물귀신처럼
나는 발이 묶여 서 있었다
바람이 예감처럼 불고
어디선가 조그맣게
내 이름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