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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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은 낯설지 않다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디서 누가 실로폰을 두드리는가
출판(발표)연도 : 1993     출판사 : 도서출판 오상
낙원은 낯설지 않다
 
                        이향아
 
 
광주에서 송정리로 가다 보면
극락강이 있다.
요단강이 아직은 멀었다 해도
극락강은 날마다 땅 위에 흘러
살아서 바라보는 낙원인가
거기 평안히 계시도다

별을 보듯 멀리서 헤아릴까
앞 마을 등불을 보듯 바라볼까
극락강에는
안개비에 젖어 있는 나무들이 있어
아, 극락강 안개비에 머리 젖는 팽나무
잃어버린 낙원은 낯설지 않아라

꿈꾸는 피안의 어떤 언덕에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있을 거다.
쉬엄쉬엄 흘러가는 강물은 천 리
긴 꼬리 흔들면서 할미새는 울겠지.
늦가을 사과는 익어 떨어지고
잠 안 오는 깊은 밤의 그리움도 있어
요요한 낙원은 쓸쓸한 나의 여백
거기 오래오래 무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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