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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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4 11:19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디서 누가 실로폰을 두드리는가
출판(발표)연도 : 1993
출판사 : 도서출판 오상
여름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향아
여름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죽는다는 것이
하나도 무섭지 않다.
죽는다는 것은
호사스런 저 산자락을 베고 눕는 일
갈증에 울먹이던 저잣거리
두 발목 잡아 끄는 수렁을 지나
연기처럼 구둘장을 벗어나는 일
연기처럼 긴 머리채 헤뜨리고서
벙어리 저 들녘을 내려다 보는 일
삐비새 원추리꽃 훨훨한 구름
비로소 나도
무념의 한 칸 마루 정자를 짓는 일
멀리 여름산
고매한 눈길을 쫓아가노라면
죽는다는 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다.
이향아
여름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죽는다는 것이
하나도 무섭지 않다.
죽는다는 것은
호사스런 저 산자락을 베고 눕는 일
갈증에 울먹이던 저잣거리
두 발목 잡아 끄는 수렁을 지나
연기처럼 구둘장을 벗어나는 일
연기처럼 긴 머리채 헤뜨리고서
벙어리 저 들녘을 내려다 보는 일
삐비새 원추리꽃 훨훨한 구름
비로소 나도
무념의 한 칸 마루 정자를 짓는 일
멀리 여름산
고매한 눈길을 쫓아가노라면
죽는다는 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