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밥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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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4 11:22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디서 누가 실로폰을 두드리는가
출판(발표)연도 : 1993
출판사 : 도서출판 오상
어머니의 밥
이향아
'얘야 밥 먹어라'
어머니의 성경책
잠언의 몇 절쯤에
혹은 요한계시록 어디쯤에
금빛 실로 수를 놓은
이 말씀이 있을 거다.
'얘야, 밥먹어라
더운 국에 밥 몇 술 뜨고 가거라'
아이 낳고 첫국밥을 먹은 듯,
첫국밥 잡수시고 내게 물리신
당신의 젖을 빨고 나온 듯
기운차게 대문을 나서는 새벽.
맑은 백자 물대접만한
유순한 달이 어머니의 심부름을 따라 나와서
'채할라 물마셔라, 끼니 거르지 말거라'
눈 앞 보얗게 타일러 쌓고
언제부터서인가
시원의 검은 흙바닥에서부턴가
마른 가슴 헐어내는
당신의 근심
평생토록 밥을 먹이는
당신의 사랑.
이향아
'얘야 밥 먹어라'
어머니의 성경책
잠언의 몇 절쯤에
혹은 요한계시록 어디쯤에
금빛 실로 수를 놓은
이 말씀이 있을 거다.
'얘야, 밥먹어라
더운 국에 밥 몇 술 뜨고 가거라'
아이 낳고 첫국밥을 먹은 듯,
첫국밥 잡수시고 내게 물리신
당신의 젖을 빨고 나온 듯
기운차게 대문을 나서는 새벽.
맑은 백자 물대접만한
유순한 달이 어머니의 심부름을 따라 나와서
'채할라 물마셔라, 끼니 거르지 말거라'
눈 앞 보얗게 타일러 쌓고
언제부터서인가
시원의 검은 흙바닥에서부턴가
마른 가슴 헐어내는
당신의 근심
평생토록 밥을 먹이는
당신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