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후미진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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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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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후미진 곳에서

가을 0 1096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디서 누가 실로폰을 두드리는가
출판(발표)연도 : 1993     출판사 : 도서출판 오상
세상의 후미진 곳에서
 
                              이향아
 
 
내 모를 세상의 후미진 곳에서
나를 아직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나 보다.
용서할 수 없음에 뜬눈의 밤이 길고
나처럼 일어나서
불을 켜는 사람이 있나 보다.

즐펀히 젖어 있는 창문께로 가서
목늘여 달빛을 들여마시면
태기처럼 퍼지는
가까운 기별.

나를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보다.
그의 눈물에 왼종일 날이 궂고
바람은 헝클어진 산발로 우나 보다.
그래서 사시철 내 마음이 춥고
바람결 소식에도 귀가 시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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