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네로 따라온 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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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4 13:12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디서 누가 실로폰을 두드리는가
출판(발표)연도 : 1993
출판사 : 도서출판 오상
새 동네로 따라온 달
이향아
오늘은
다시 이사를 한다
차일을 걷어 불을 사르고
나팔 불고 떠나가는
나그네 행진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변하고
살아도 살아도 낯선 천지
가숙의 솥단지 여기다 걸고
모르던 이들 새로 만나서
약속된 해후런 듯
더운 손을 잡으리
모종해 온 들풀처럼
몸살이 날지라도
손톱 밑에 꾸려둔 눈물을 풀어
발부리 매운 먼지 가라앉히리
진월동 새 동네로
따라온 달은
웃자란 계수나무 보라 그늘을
하늘에서 가까운 뜨락에 얹고
나는 백수정 등피를 닦아
맑은 피 찍어내어 시를 썼으면
이사하는 오늘
표표한 구름 몇 장
아껴 둔 추억처럼 희고 외롭다
이향아
오늘은
다시 이사를 한다
차일을 걷어 불을 사르고
나팔 불고 떠나가는
나그네 행진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변하고
살아도 살아도 낯선 천지
가숙의 솥단지 여기다 걸고
모르던 이들 새로 만나서
약속된 해후런 듯
더운 손을 잡으리
모종해 온 들풀처럼
몸살이 날지라도
손톱 밑에 꾸려둔 눈물을 풀어
발부리 매운 먼지 가라앉히리
진월동 새 동네로
따라온 달은
웃자란 계수나무 보라 그늘을
하늘에서 가까운 뜨락에 얹고
나는 백수정 등피를 닦아
맑은 피 찍어내어 시를 썼으면
이사하는 오늘
표표한 구름 몇 장
아껴 둔 추억처럼 희고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