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얹어 두고 왔습니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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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5 15:05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디서 누가 실로폰을 두드리는가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도서출판 오상
한 송이 얹어 두고 왔습니다
이향아
파스테르나크 씨
당신의 감자밭을 둘러 보고 왔습니다.
당신이 임종하던 좁은 참상에
올리브 색이 바랜 낡은 담요에
나도 붉은 장미 한 송이 얹어 두고 왔습니다
당신의 무덤에는
혁명의 붉은 별도 없고
참배자도 파수병도 없었습니다
조국을 떠나는 것은 죽음이라고 하더니
이 자리를 지켜 죽은
파스테르나크 씨
당신의 묘지 따뜻한 흙이
페레스트로이카라고 쓴 푯대를 들고
방금 심은 팬지 꽃 뿌리를 내리려고
창백한 얼굴로 앓고 있었습니다
이향아
파스테르나크 씨
당신의 감자밭을 둘러 보고 왔습니다.
당신이 임종하던 좁은 참상에
올리브 색이 바랜 낡은 담요에
나도 붉은 장미 한 송이 얹어 두고 왔습니다
당신의 무덤에는
혁명의 붉은 별도 없고
참배자도 파수병도 없었습니다
조국을 떠나는 것은 죽음이라고 하더니
이 자리를 지켜 죽은
파스테르나크 씨
당신의 묘지 따뜻한 흙이
페레스트로이카라고 쓴 푯대를 들고
방금 심은 팬지 꽃 뿌리를 내리려고
창백한 얼굴로 앓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