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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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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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종이등 켜진 문간
출판(발표)연도 : 1997     출판사 : 문학세계사
참 이상합니다
 
                          이향아
   
                   
 나는 지금 마른 삭정이 같기도 하고
 벼랑부는 벼랑
 위태로운 불길 같기도 합니다
 한 바탕 소나기로 나를 적시시든지
 토굴 속같이 아늑한 눈길로
 가쁜 내 흐느낌을 감싸시든지
 마음대로 하시지요
 나는 지금 목이 몹시 마른 듯도 하고
 속엣 것을 있는 대로 토할 것도 같습니다
 나를 꿇어 엎드리어 더 울리시든지
 갯나루 갈대처럼 산발하여서
 몸부림 몸부림 뒤채게 하든지
 아무튼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십시오
 어제는 오늘을 그리며 달려서 왔고
 오늘은 내일을 꿈꿔 외로울 수 없는데
 내 속은 풍랑의 밤바다처럼
 왜 이렇게
 솟구치는지, 들끓는지 참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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