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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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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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오후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종이등 켜진 문간
출판(발표)연도 : 1997     출판사 : 문학세계사
봄날 오후
 
                            이향아
   
 
 못을 박는다.
 정수리를 쳐들고 푸른 눈 치떠
 펀펀 대낮 내 얼굴을 노려보는 눈.
 못을 박는다. 눈을 박는다.
 문밖은 와르르 꽃이 지는 봄날.
 이 세상 흙벽들은 소문없이 무너지고
 남모르게 피 멍드는 가슴도 있어
 발목은 땅에 묻고 허리까지 잠기거라
 기를 죽이듯 못질을 한다.
 그 가슴 미로 속에 헤매던 혼을
 이제 그만 좌정하라 주저 앉힌다.
 오그렸던 연연두 손가락 펴서
 창밖에는 눈물나는 새 잎이 돋고,
 땀흘려 씨름하듯 못질하는 봄.
 박힌 못은 긴긴 날 후회하겠지.
 핏물같은 회상의 녹을 뿜어서
 궂은 날 몸살을 증언하겠지.
 전신의 뼈마디 휘청거리며
 이것이 길이다,
 못박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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