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랑
일과 사랑-10-

                          이향아
 
   

일과 사랑이 닮았다는 것을
처음부터 나는 알고 시작하였다
노동에 몸을 바치고 있을 때나
사랑에 혼이 빠져 있을 때나
언제나 비슷하게 충만하다는 것을
언제나 비슷하게 공허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꿈꾸었다
일과 같은 사랑
사랑과 같은 일을

노동에 몸을 바치고 있을 때
사랑에 혼이 빠져 있을 때
나는 비슷하게 격하고
비슷하게 슬프다
일에서 돌아올 때 탈진했더니
사랑에서 돌아오는 지금 나는 탈진해 있다
노동의 땀과 사랑의 눈물이
둘 다 간간한 울음이라는 것을
나는 처음부터 알고
처음부터 꿈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