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꽃 시들 거야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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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꽃 시들 거야 지나갈 거야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종이등 켜진 문간
출판(발표)연도 : 1997     출판사 : 문학세계사
백일홍꽃 시들 거야 지나갈 거야
 
                                      이향아
 
 
매미가 소리를 느리 빼었다
매미는 깜냥에 악을 악을 썼다
꽃이 이운 백일홍 어느 가지에서는
이제사 피어나는 늦은 꽃도 있었다
마른 개천 너부러진 돌멩이 아래
돌돌돌 속삭이는 비밀한 물소리
그것만 빼놓고는 지독한 여름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연방죽에선
바람결에 흔들리는 소문 같은 향내
그것만 빼놓고는 지독한 여름이다
내일은 모두 추억으로 잠길 거야
기다려 허물 벗은 매미 소리 울면
백일홍 시들 거야
그냥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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