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인을 바라노라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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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6 23:09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살아 있는 날들의 이별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도서출판 마을
그 여인을 바라노라
이향아
요한복음을 읽다가 나는 책을 덮고서
짧은 내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요한복음을 읽다가 나는
삐그덕거리는 대문을 밀고
악장처럼 잎이 지는 은행나무 아래
숙성한 계절을 멀리멀리 헤맸다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나자로의 누이여, 아름답구나
부러움에 젖은 눈으로
오늘은 기별이 올 듯
어쩌면 기별이 올 듯도 한
하늘을 오래 치어다 봤다
나를 깎듯 나를 헹구듯
마리아라는 이름,
나자로의 누이는 어디 있는가
나는 낮은 음표처럼 비켜 서서 묵상하였다
나아드의 향유를 그분의 발에 붓고
길고 긴 머리칼로 그분의 발을 닦은
그 여인을 바라노라, 바라노라
깊고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향아
요한복음을 읽다가 나는 책을 덮고서
짧은 내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요한복음을 읽다가 나는
삐그덕거리는 대문을 밀고
악장처럼 잎이 지는 은행나무 아래
숙성한 계절을 멀리멀리 헤맸다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나자로의 누이여, 아름답구나
부러움에 젖은 눈으로
오늘은 기별이 올 듯
어쩌면 기별이 올 듯도 한
하늘을 오래 치어다 봤다
나를 깎듯 나를 헹구듯
마리아라는 이름,
나자로의 누이는 어디 있는가
나는 낮은 음표처럼 비켜 서서 묵상하였다
나아드의 향유를 그분의 발에 붓고
길고 긴 머리칼로 그분의 발을 닦은
그 여인을 바라노라, 바라노라
깊고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