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털어 놓고 싶은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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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털어 놓고 싶은 날씨

가을 0 1117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살아 있는 날들의 이별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도서출판 마을
비밀을 털어 놓고 싶은 날씨
 
                                이향아
 
 
그애는 나 말고 다른 애를 좋아했다.
능금처럼 빨간 볼, 보조개로 웃던 애.
그 소문이 홍수처럼 넘친 후에도
사태진 땅 화톳불이 사그라진 다음에도
깊이 숨은 내 사랑은 들키지 않았다.
지금은 부두에서 주먹질을 한다는,
제일 멋지던 우리 반 반장
내 맘은 끝끝내 모르고 말던
능금 볼 보조개만 알던 머시매
그 애는 내 첫사랑이었다.
괜스레 이 비밀을 털어 놓고 싶은
아슬한 꿈인 듯이
안개 낀 오늘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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