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에 불 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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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에 불 켜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살아 있는 날들의 이별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도서출판 마을
두 눈에 불 켜
 
                      이향아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잠들지 말자
눈뚜껑을 열고서 어둠을 쏘자
나무들 몰라보게 키가 크는 밤
억지로 눈 감지는 말자
눈 감고 도망치지는 말자
백, 오백. 삼천, 구천.......
하늘까지 세어서 날아오르다가
거꾸로 몰락하는 현기증으로
지옥의 부싯돌을 당길 일이다
한 번 감으면 뜨지 못할지도 모르는
뜨지 못하면 삭아내릴지도 모르는
잠들지 않는 육신은 깨어서 울 일
두 눈에 불을 켜고
찬란하게 찬란하게 흔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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