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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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6 23:12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살아 있는 날들의 이별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도서출판 마을
소묘
이향아
그건 꿈일 뿐이예요 여자가 말했다
이 꿈 속에 머물게 해주오 남자가 받았다
여자는 아득하게 창 밖을 보았다
내가 줄 것은 목숨밖에 없다고
남자가 다시 덧붙였던가 어쨌던가
여자가 외딴 섬처럼 하늘을 쳐다보았다
4월의 아침은 비를 내리고
'나도 그래요'라고 말하고 싶은 듯
그렇지만 그 말조차 할 수 없는 듯
여자는 온 방 안에
가슴에
그의 눈 깊이 아주 안창에
천천히 안 보이게 가라앉고 있었다
이향아
그건 꿈일 뿐이예요 여자가 말했다
이 꿈 속에 머물게 해주오 남자가 받았다
여자는 아득하게 창 밖을 보았다
내가 줄 것은 목숨밖에 없다고
남자가 다시 덧붙였던가 어쨌던가
여자가 외딴 섬처럼 하늘을 쳐다보았다
4월의 아침은 비를 내리고
'나도 그래요'라고 말하고 싶은 듯
그렇지만 그 말조차 할 수 없는 듯
여자는 온 방 안에
가슴에
그의 눈 깊이 아주 안창에
천천히 안 보이게 가라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