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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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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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간다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살아 있는 날들의 이별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도서출판 마을
집으로 간다
 
                이향아
 
 
식구들이 모두 돌와왔을까
이젠 오늘을 마감해도 좋은가
아침마다 가출했다가
저녁마다 참회하듯 다시 돌아와
떨리는 손가락으로 초인종을 누른다
집은 내 열등한 발목,
발목을 잡아끄는 동아줄
사막과 얼음산과 가시덩굴을 넘어
이리와 승량이와 여우굴을 지나
나 돌아왔노라
시리고 아픈 이름 가족이여
이렇게 돌아올 집이 있노라
저녁 식탁엔 눈물이 안개처럼 자욱하고
그러나 우린 다시 내일의 가출을 음모하면서
각각 제 방으로 타인들처럼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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