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가고 싶다
-군산에 가고 싶다

                              이향아 


마음이 한가한 날은 고향에 가고 싶다
큰 걱정 가라앉고 가슴이 비었을 대
하늘로든 산으로든 고개 들고 싶을 때
정신이 들면 고향에 가고 싶다
여기는 희소관 자리
저기는 콩나물 고개
여기는 둠베미, 거기는 팔마재
월명산 바람소리로
허파를 헹구고 싶다
고향 거리 아무 데나 절하고 싶다

객지에서 객지로 기웃거리다가
내 이름 석자 땟국을 씻고 싶으면
데스가부도가 노래하던 해망동에 가고 싶다
맨발 벗고 달리던 그 길에 서고 싶다
갈수록 세상 일은 시끄러워지고
다 소용없다 생각될 때면 훌쩍
고향에나 가고 싶다
알아보는 이 없어도 유정한 골목
가만히 혼자 고향에 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