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된 우리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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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00:07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환상일기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시문학사
무엇인가 된 우리들
이향아
반호장 저고리 꽃분홍 시절에는
어서어서 늙고지고 말씀하셨지요
세월을 건너 뛰어 어서 늙으면
저 어린 것들 무엇이 되려는지
어느날을 태산처럼 믿으셨지요.
오늘은 일흔일곱 생신 날
꿈처럼 바람처럼 늙으신 어머니
성근 머리카락 눈물나게 희고
우리들은 무엇인가 되었습니다
당신을 살얼음에 세워두고서
그 마음에 날마나 바늘을 꽂는
아직도 불효한
무엇인가 된 우리들
이만하면 됐다, 너무 오래 살았다
돌아보면 젊은 날이 청대밭 같고
고개들어 다시 내어다 보면
이별의 푸른 강도 아름답구나
오늘 일흔 일곱 생신을 맞으신 당신
일곱살 소녀처럼 맑은 어머니
달려와 늙으셨듯 다시 젊어지소서
이향아
반호장 저고리 꽃분홍 시절에는
어서어서 늙고지고 말씀하셨지요
세월을 건너 뛰어 어서 늙으면
저 어린 것들 무엇이 되려는지
어느날을 태산처럼 믿으셨지요.
오늘은 일흔일곱 생신 날
꿈처럼 바람처럼 늙으신 어머니
성근 머리카락 눈물나게 희고
우리들은 무엇인가 되었습니다
당신을 살얼음에 세워두고서
그 마음에 날마나 바늘을 꽂는
아직도 불효한
무엇인가 된 우리들
이만하면 됐다, 너무 오래 살았다
돌아보면 젊은 날이 청대밭 같고
고개들어 다시 내어다 보면
이별의 푸른 강도 아름답구나
오늘 일흔 일곱 생신을 맞으신 당신
일곱살 소녀처럼 맑은 어머니
달려와 늙으셨듯 다시 젊어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