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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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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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의 햇살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당신의 피리를 삼으소서
출판(발표)연도 : 2000     출판사 : 크리스찬서적
평일의 햇살
 
                      이향아
 
 
평일의 햇살은 빈날처럼 슬프다
커피 한 잔을 마실까
생애의 마지막인 듯이
의자에 등을 낮게 기대고
가루 커피 큰 숟가락 고봉으로 하나
차고 맑은 물 사발로 하나
평일의 햇살은 얼음사탕처럼 맑다
두 발은 이 제상 진흙 속에 담갔어도
두 손은 머나먼 그리움에 부풀어
대답을 기다리리
금빛 약속 로마서에 손을 얹었다
그는 신실하고 아름다운 종
당신을 사랑하여 노래지어 불렀구나
잊을 뻔했네
어서 나도 편지를 써야지
막힌 길을 열고 사도를 만나야지
평일의 햇살 아래
도포자락 길게 끌면서
열사의 사막을 걸어가야지
평일의 햇살은 뉘우침으로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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