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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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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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에서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당신의 피리를 삼으소서
출판(발표)연도 : 2000     출판사 : 크리스찬서적
문 밖에서
 
                  이향아
 
 
내가 비슷하게 방언도 하고
가다가다 때로는 예언을 할지라도
나는 마을 어귀 길을 찾는 나그네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 하면서도
나는 여태 문밖에서 서성대는 나그네

아무도 날 묶거나 가두지 않아
두 팔 흔들면서 두 발로 걸어
뜰 앞의 가을 나무 지는 잎새 그보다
자유로워라 자랑할 수는 있지만

나를 대신 울고 있는 사람
내가 대신 울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에
나는 지금 온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의 눈물을 닦고 그의 발을 씻지 못해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종이 되는 길
이웃을 내 몸처럼 가꿀 줄 아는
샘솟는 사랑
잔잔한 기쁨
파도같은 흐느낌을
나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내가 가끔은 방언도 하고
가다가다 더러는 예언까지 할지라도
나는 아직도 외롭고 추워
당신의 집 문설주 불빛 쪼이려
애닯아라
그리워라
문흔들며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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