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실 때는 봄이 오듯이
-나라이 임하옵소서

                          이향아   
 
 
오실 때는 봄이 오듯이 오십니까
얼음 풀린 강둑에 서면
아지랭이같은 어지럼증
홍옥같이 반짝이며 은총의 햇살 낙화하고
감람나무 잎새 깔아 발이 빠지는 골목
근심 많은 우리들 중
지극히 작은 자.
빈자 중의 빈자
남루한 맨발로 절며 오십니까
타관에서 돌아오는 포도원 주인같이 오십니까
어리석은 내가 나그네라 우깁니까
비단실 뽑듯 목을 늘이고
뽕나무 오디 열매로
갈망에 낯을 붉힌 삭게오가 매달려
천국의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여름 숲 무성한 기다림을 보십시오.
랍비여,
호산나 호산나로 일렁이며 오십시오.
갈보리 새벽 언덕 계시를 읽는
당신의 눈, 그 먼 수정궁에 살고 싶어서
울넘어 허연 구경꾼 틈에
당신을 사모하는 나도 끼어 흐릅니다.
당신 발길 스쳐 닿는 세상의 한 모퉁이
이삭 줍는 내가 살고 있습니다. 랍비여
지나시는 먼 발치에 눈여겨 주십시오
날마다 날마다 돌아오는 길에
어촌이건 산곡이건 거친 광야건
여늬 마을 하찮고 작은 고을도
꽃 깃발 나부끼는 왕국이 됩니다.
당신이 오신다면
당신의 나라가 임하시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