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늘에 계신 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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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12:55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당신의 피리를 삼으소서
출판(발표)연도 : 2000
출판사 : 크리스찬서적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늘에 계신 이
이향아
하늘을 더듬다가 반생을 서성이고
하늘을 더듬다가 반생을 사르고도
나는 아직도 길 눈이 어둡고
번뇌의 깊은 밤 골방에서나
부끄러운 대낮 들판에서나
내 몸 한 쪽 가릴만한
빛에도 어둠에도
천개의 눈, 만개의 손으로
나를 건져 올리시는 이.
당신이 계신 하늘 쪽을 바라봅니다.
하수의 바닥
끓어오르는 바람
씨맺는 풀꽃과 마른 덤불에
하늘은 눅눅히 내려앉아서
빛이란 빛은 거기서 내려
뭍으로 바다로 벼랑으로
빛이란 빛은 무너져 내려
아침 저녁 혼몽한
취기가 됩니다.
날개가 됩니다.
하늘은 꽉 차서
손톱 하나 들어가지 않는
지엄한 밀도이다가,
한 알갱이 먼지로 녹이는
뜨거운 가슴이다가
출렁거리며 흔적없이 사라지는
허무한 지평이다가.
하늘이여,
나를 홀로 가만 두는 무심이여,
무심 속에 눕는 자유와도 같이
자유 속에 움트는 슬픔과도 같이
왕래하시는 이여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혼자 왕이신 이여
하늘에 계신 내 주인이시여.
-하늘에 계신 이
이향아
하늘을 더듬다가 반생을 서성이고
하늘을 더듬다가 반생을 사르고도
나는 아직도 길 눈이 어둡고
번뇌의 깊은 밤 골방에서나
부끄러운 대낮 들판에서나
내 몸 한 쪽 가릴만한
빛에도 어둠에도
천개의 눈, 만개의 손으로
나를 건져 올리시는 이.
당신이 계신 하늘 쪽을 바라봅니다.
하수의 바닥
끓어오르는 바람
씨맺는 풀꽃과 마른 덤불에
하늘은 눅눅히 내려앉아서
빛이란 빛은 거기서 내려
뭍으로 바다로 벼랑으로
빛이란 빛은 무너져 내려
아침 저녁 혼몽한
취기가 됩니다.
날개가 됩니다.
하늘은 꽉 차서
손톱 하나 들어가지 않는
지엄한 밀도이다가,
한 알갱이 먼지로 녹이는
뜨거운 가슴이다가
출렁거리며 흔적없이 사라지는
허무한 지평이다가.
하늘이여,
나를 홀로 가만 두는 무심이여,
무심 속에 눕는 자유와도 같이
자유 속에 움트는 슬픔과도 같이
왕래하시는 이여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혼자 왕이신 이여
하늘에 계신 내 주인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