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에서 구하옵소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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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12:55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당신의 피리를 삼으소서
출판(발표)연도 : 2000
출판사 : 크리스찬서적
악에서 구하옵소서
이향아
내 목숨을 새로 태워 주세요.
그러면 걷던 길을 다시 걸어서 나는 생명을 복습하겠습니다.
큰길도 골목도 익히 앎으로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어디쯤 어둠과 진흙 수렁, 돌부리가 있는지
언제쯤 기근과 질병, 태풍이 지독한지,
그러나 이내 지나가 버린다는 것도 알 것입니다.
나는 피하거나 달리 꾀를 부리지 않을 것이며
저질렀던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명경같이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내가 욕심 낸 남의 것들이 나를 부유케 하지 못했습니다.
남을 속여서 얻은 평화가 세상에는 없었습니다.
거짓 꾸밈에 호두기같은 빈 바람 소리만 일어,
나는 내 영혼을 외진 들 가시나무에 걸어 두었습니다.
오만과 불신과 간특함이여,
내 종일 길어 올리는 부끄러움이여,
당신이시여, 어찌하면 좋습니까.
내 말씀을 들어 주세요.
한 발만 삐끗하면 사방 낭떨어지
칼발을 세워 줄을 탑니다.
사는 일이 모두 허물이라고
옷을 벗듯 때를 밀듯
묻어나는 진토.
새벽마다 다시 태어나려고
밤새 어긋난 목숨의 톱니를 맞추는
내 잠결은 어지러운 태형의 수라장
나의 목자여 나를 흔들어 일으키소서
혼자서 큰 밤을 건넙니다.
사막에 던져둔 당신의 지팡이는
향기로운 상록수, 지혜의 잎새로 나부끼고
나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려고
형형한 눈 대낮처럼 불켜
나를 붙드시는 이,
당신입니다.
살수록 쌓이는 남루를 덮어
시험보다 질기고 너그럽게 하려고
다만 악에서 날 구해 내시려고.
이향아
내 목숨을 새로 태워 주세요.
그러면 걷던 길을 다시 걸어서 나는 생명을 복습하겠습니다.
큰길도 골목도 익히 앎으로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어디쯤 어둠과 진흙 수렁, 돌부리가 있는지
언제쯤 기근과 질병, 태풍이 지독한지,
그러나 이내 지나가 버린다는 것도 알 것입니다.
나는 피하거나 달리 꾀를 부리지 않을 것이며
저질렀던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명경같이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내가 욕심 낸 남의 것들이 나를 부유케 하지 못했습니다.
남을 속여서 얻은 평화가 세상에는 없었습니다.
거짓 꾸밈에 호두기같은 빈 바람 소리만 일어,
나는 내 영혼을 외진 들 가시나무에 걸어 두었습니다.
오만과 불신과 간특함이여,
내 종일 길어 올리는 부끄러움이여,
당신이시여, 어찌하면 좋습니까.
내 말씀을 들어 주세요.
한 발만 삐끗하면 사방 낭떨어지
칼발을 세워 줄을 탑니다.
사는 일이 모두 허물이라고
옷을 벗듯 때를 밀듯
묻어나는 진토.
새벽마다 다시 태어나려고
밤새 어긋난 목숨의 톱니를 맞추는
내 잠결은 어지러운 태형의 수라장
나의 목자여 나를 흔들어 일으키소서
혼자서 큰 밤을 건넙니다.
사막에 던져둔 당신의 지팡이는
향기로운 상록수, 지혜의 잎새로 나부끼고
나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려고
형형한 눈 대낮처럼 불켜
나를 붙드시는 이,
당신입니다.
살수록 쌓이는 남루를 덮어
시험보다 질기고 너그럽게 하려고
다만 악에서 날 구해 내시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