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들지 않았나 봐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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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14:06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철이 들지 않았나 봐요
이향아
아주머니! 나는 여태 철이 들지 않았나 봐요.
그럭저럭 이렇게 늙으려나 봐요.
무슨 꽃, 무슨 색을 좋아하냐고
봄이 좋으냐, 가을이 더 좋으냐고
저녁나절 대숲에 푸른 이내가 자욱할 때
휘파람 소리인가 댓잎피리 소리인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일이나 캐물어요.
그렇지만 나는 아주머니
그런 것이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에요.
어떤 이는 근원을 알아야 한다 하고
어떤 이는 본질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러면 어때요, 나는
앞바다 모래톱을 맨발로 걸어
콧노래 가락에 춤이나 추고파요.
아주머니 쓸데없는 일일까요,
아닐지도 몰라요.
이향아
아주머니! 나는 여태 철이 들지 않았나 봐요.
그럭저럭 이렇게 늙으려나 봐요.
무슨 꽃, 무슨 색을 좋아하냐고
봄이 좋으냐, 가을이 더 좋으냐고
저녁나절 대숲에 푸른 이내가 자욱할 때
휘파람 소리인가 댓잎피리 소리인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일이나 캐물어요.
그렇지만 나는 아주머니
그런 것이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에요.
어떤 이는 근원을 알아야 한다 하고
어떤 이는 본질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러면 어때요, 나는
앞바다 모래톱을 맨발로 걸어
콧노래 가락에 춤이나 추고파요.
아주머니 쓸데없는 일일까요,
아닐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