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좁은 길 -뜨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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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좁은 길 -뜨개질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지난 겨울 좁은 길
-뜨개질

                              이향아
 
 
당신도 눈치 채셨겠지요.
내 속의 피란 피는 죄다 삭아서
술 고이기 오래 묵은 통나무와 같습니다.
지난 겨울엔 느닷없이 뜨개질에 빠져서
날이 새나 저무나 몰랐습니다.
씨줄 날줄 얽어서 시간은 가고
한 코 한 코 꿰는 사이 땅도 변해서
사람들은 저 멀리로 앞서 갔습니다.

돌아다 보는 그림자 아름답다 해도
목숨 걸고 뛰어 내린 벼랑도 몇 개
사무쳐 골병이 된 밤길도 여럿
한 코 한 코 뜨개질에 눈을 맞추듯
발부리로 걸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신도 진즉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라도 이런 내가 측은한가요.
나는 지금 양지 바른 무덤 속같이
푸른 이슬 고이는 우물 속 같이
깊숙히 잠겨서 고즈넉하게
지난 겨울 뜨개질, 좁은 길을 따라서
오직 한 가지뿐, 아는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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