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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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으로 가자

가을 0 1003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이제 집으로 가자
 
                      이향아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
 쫓기다가 넘어지다가 이제는 가자.
 비단실 그물이 나를 묶어서
 절로 끄는 사슬엔듯, 
 몽유에도 더듬는 굴딱지같은
 집으로 가자.
 부끄러움 부벼 삭일 언덕이 있는,
 어리석은 어미, 시끄러운 새끼들
 이대로는 못 죽을 미망의 동굴 
 기적처럼 내게도 집이 있었구나,
 집으로 가자.
 상처로 얼룩진 누더기 끌어 덮어
 유순한 짐승처럼 이마를 맞대
 눈물 콧물 문질러서 파묻어야지
 날은 어두워지고 
 나도 다리 절며 돌아갈 데 있구나.
 이제는 그만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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