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출을 용서하소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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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14:27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화려한 외출을 용서하소서
이향아
첫애 낳고 처음 외출하던 날,
신발 신고 땅 딛으니 아찔하던 봄
대문 밖은 4월이 바쁘게 지나가고
너풀대는 바람도 뒤숭숭했다.
저녁 서둘러 먹고 돌아오는 길
예수병원 중환자 널린 병실은
창문마다 진홍의 간절한 불빛
불빛이 석류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완산교 돌난간에 더운 이마를 얹었다.
화려한 이 외출을 용서하소서,
어눌한 뉘우침이
웅얼웅얼 끝이 나고
볼을 타고 밤 기운이 한꺼번에 몰려 왔다.
바람이 숨 죽여 흐느끼며 몰려 왔다.
이런 때 눈물은 사치스럽다.
나는 오래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향아
첫애 낳고 처음 외출하던 날,
신발 신고 땅 딛으니 아찔하던 봄
대문 밖은 4월이 바쁘게 지나가고
너풀대는 바람도 뒤숭숭했다.
저녁 서둘러 먹고 돌아오는 길
예수병원 중환자 널린 병실은
창문마다 진홍의 간절한 불빛
불빛이 석류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완산교 돌난간에 더운 이마를 얹었다.
화려한 이 외출을 용서하소서,
어눌한 뉘우침이
웅얼웅얼 끝이 나고
볼을 타고 밤 기운이 한꺼번에 몰려 왔다.
바람이 숨 죽여 흐느끼며 몰려 왔다.
이런 때 눈물은 사치스럽다.
나는 오래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