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장날에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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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14:28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친구랑 장날에
이향아
내 창자 속까지 안다는 친구
그 친구 불러 내어 장에나 가고 싶다.
화순 장날이나 담양 장날 언젠가
하루 골라서
기웃거려 반나절은 지나가게 두고
장터 국밥 허름한 포장을 밀면
와락 달려드는 눈물 같은 훈김
삐걱대는 걸상에 아무렇게 걸터 앉아
숭덩숭덩 조선 파 듬뿍 얹어야지
뚝배기 넘치게 밥을 말아야지
세상이 변했어,
인심도 변했어
우리는 입 안 가득 세월을 씹으면서
파장이야
파장이야 웨쳐도 좋아.
떨이야 떨이야 목을 놓아도 좋아
친구 하나 불러서 장에나 가고 싶다.
이향아
내 창자 속까지 안다는 친구
그 친구 불러 내어 장에나 가고 싶다.
화순 장날이나 담양 장날 언젠가
하루 골라서
기웃거려 반나절은 지나가게 두고
장터 국밥 허름한 포장을 밀면
와락 달려드는 눈물 같은 훈김
삐걱대는 걸상에 아무렇게 걸터 앉아
숭덩숭덩 조선 파 듬뿍 얹어야지
뚝배기 넘치게 밥을 말아야지
세상이 변했어,
인심도 변했어
우리는 입 안 가득 세월을 씹으면서
파장이야
파장이야 웨쳐도 좋아.
떨이야 떨이야 목을 놓아도 좋아
친구 하나 불러서 장에나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