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쓸 때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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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14:28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내 이름을 쓸 때
이향아
이름을 쓸 때마다 콧등이 싸아하다.
낯가리는 아이처럼 손바닥으로
하늘 눈치 가리면서 도망치고 싶다.
어린앳적 늑막염 앓던 그 자리
이름을 쓸 때마다 등으로 뻐근하다.
무작정 세상이 외롭고 슬퍼
귀는 울어 쌓고 눈 앞이 보오얄 때
웬일인가 이상해서 돌아다 보면
어디서 날 부르는 소리 들린다.
사방 춥고 캄캄한 산골짜기에
불빛 하나 깜박이는 오두막집 같은,
입 오그려 한 마디 고백하고 싶은
그래, 내게도 이름이 있지
진흙길 앞장 서서 문 열어 주고
치맛자락 뒤집어 콧물 닦아 주는
고향 바다 소금 묻은 내 이름이 있지
눈물난다, 그 아래 꽃분홍 줄을 그어
별이 푸른 창 아래 밤새도록 놓고 싶다.
이향아
이름을 쓸 때마다 콧등이 싸아하다.
낯가리는 아이처럼 손바닥으로
하늘 눈치 가리면서 도망치고 싶다.
어린앳적 늑막염 앓던 그 자리
이름을 쓸 때마다 등으로 뻐근하다.
무작정 세상이 외롭고 슬퍼
귀는 울어 쌓고 눈 앞이 보오얄 때
웬일인가 이상해서 돌아다 보면
어디서 날 부르는 소리 들린다.
사방 춥고 캄캄한 산골짜기에
불빛 하나 깜박이는 오두막집 같은,
입 오그려 한 마디 고백하고 싶은
그래, 내게도 이름이 있지
진흙길 앞장 서서 문 열어 주고
치맛자락 뒤집어 콧물 닦아 주는
고향 바다 소금 묻은 내 이름이 있지
눈물난다, 그 아래 꽃분홍 줄을 그어
별이 푸른 창 아래 밤새도록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