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 -푸른 고요와 고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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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14:29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눈맞춤
-푸른 고요와 고요-
이향아
그의 눈에 닿으면 불이 붙을까
마주치지 말아야지 고개를 숙였다.
손끝만 닿아도 재가 될까 봐
봉숭아 물든 손톱 뒤로 감추고
발부리 숨죽여도
천둥소리가 났다.
깊은 바다 푸르른 고요와 고요
광막한 들판의 바람과 바람
수만 개의 과녁을 참아온 그가
손님처럼 문간에서 모자를 벗을 때
하늘은 그제서야 무너지고 있었다.
더는 참지 못해서 무너지고 있었다.
-푸른 고요와 고요-
이향아
그의 눈에 닿으면 불이 붙을까
마주치지 말아야지 고개를 숙였다.
손끝만 닿아도 재가 될까 봐
봉숭아 물든 손톱 뒤로 감추고
발부리 숨죽여도
천둥소리가 났다.
깊은 바다 푸르른 고요와 고요
광막한 들판의 바람과 바람
수만 개의 과녁을 참아온 그가
손님처럼 문간에서 모자를 벗을 때
하늘은 그제서야 무너지고 있었다.
더는 참지 못해서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