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로 여는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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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로 여는 가슴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암호로 여는 가슴
 
                          이향아
   
     
자고 새면 날마다 숫자가 늘어난다.
날짜도 바뀌고 시간도 흐르고
제 각금 다른 주민등록번호와
조상들 제삿날과 식구마다 생일과
외워야 할 숫자들 하나 둘이 아니다. 
가감승제, 구구단 손가락 펴서
거스름은 그럭저럭 탈이 없는데
걸핏하면 터지는 일 하나 둘이 아니다.
마감을 놓쳐 버린 세금고지서,
얼싸덜싸 늘어나는 벌금 액수와 
아파트 몇 동 몇 호 우편번호와
불러내는 천지사방 전화번호와
'열려라 참깨'
보물 창고 돌문 앞 도적떼처럼
통장마다 다른 계좌번호와
들키면 큰 일 나는 비밀번호와   
외워야 할 글자들이 하나 둘 아니다.
일 센티 일 미리 몇 백분지 일까지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그보다 확실하게
내 목을 조이는 것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러다가 삐끗하면 박사가 되나 보다
지금이 몇 시냐, 암호를 대라,
시퍼런 눈을 치떠 사정없이 다그치고 
늦가을 밭머리에 이삭을 줍듯
머릿 속 북새판에 물코를 트지만
아직도 굳게 잠긴 그대의 가슴
기다리다 숨 막히면 죽기도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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