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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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물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돌아온 물
 
                    이향아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이 낯설지가 않다.
옛날에 내가 버린 바로 그 물이
오랜 이별에도 죽지 않고 왔나 보다.
아수라 지옥같은 시궁창을 지나,
저승 다리 개천을 열 두 번 넘어
사방객지 눈물나는 큰 바다에서
구름으로 안개로 이슬로 비로
환생하러 오는 길도 캄캄했겠지.
물통에 비린내 넘치게 두고
걷어 올린 두 손목 시리게 담가
사기 그릇 흰 사발 윤이나게 헹구면
돌아온 얼굴이여 눈에 익어라.
구정물 되어서 떠나는 길엔
우리의 해후도 잘 흘러갈 것
물 갈기 맑은 속을 들여다 보며
질정할 수 없는 가슴
이 아득한 천둥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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