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귀신 씌어서
가을
0
947
2004.08.09 19:27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오래된 슬픔 하나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거리 귀신 씌어서
이향아
머리 감아 빗질하고 대문 밀쳐 나서면
구름, 바람, 비안개 소문처럼 몰리고
태몽을 꿨나,
아편꽃을 삼켰나,
비천의 춤사위로 출렁거린다.
화관 쓰고 깃옷 입고
신호등 로오터리를 언제 돌았나
풍악 장단 꽃비 속을 황후처럼 건너서
뒤꿈치만 누르면 물길 트여 흐르나 봐
개펄 끝 썰물따라 몸이 지쳐 걸었다.
이러다가 나 객사할지도 몰라
사주팔자 드세단 말 귓가로 흘리지 마
필경 그럴지도 몰라
지금이 몇 시냐 옷 갈아 입고
겨우 나는 이렇게 깎은 벼랑에 섰다.
겨우 나는 이렇게 난장판에 떠 있다.
거리 귀신 씌어서 들새처럼 헤맨다.
이향아
머리 감아 빗질하고 대문 밀쳐 나서면
구름, 바람, 비안개 소문처럼 몰리고
태몽을 꿨나,
아편꽃을 삼켰나,
비천의 춤사위로 출렁거린다.
화관 쓰고 깃옷 입고
신호등 로오터리를 언제 돌았나
풍악 장단 꽃비 속을 황후처럼 건너서
뒤꿈치만 누르면 물길 트여 흐르나 봐
개펄 끝 썰물따라 몸이 지쳐 걸었다.
이러다가 나 객사할지도 몰라
사주팔자 드세단 말 귓가로 흘리지 마
필경 그럴지도 몰라
지금이 몇 시냐 옷 갈아 입고
겨우 나는 이렇게 깎은 벼랑에 섰다.
겨우 나는 이렇게 난장판에 떠 있다.
거리 귀신 씌어서 들새처럼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