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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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22:22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젊은 날의 초상
정 군 수
너의 입술이 어린 새의 주둥이로 파닥일 때
나는 황토언덕길 책보를 묶고 달리고 있었다
산에 올라 숲그늘 산새둥지를 찾아
알락달락한 산새알 두손으로 바쳐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땅거미가 지는 보리밭 처녀무덤 지나
휘파람 불며 기다릴 때
너의 입술은
사랑을 앓는 산새의 부리
깊고 깊은 자취방 그윽한 어둠 속에서
병들어 누운 시를 위하여
강물을 찍어나르듯 사랑을 물고와
나의 핏줄을 쪼아대었다
내 살 속에서 살아 흐르는 피
끈적거리는 핏줄을 군화끈으로 조이며
먼지 나는 황산벌을 달리고 있을 때
너는 그리움으로 말라버린 삭정이를 물어다가
어느새 견고한 둥지를 짓고 있었다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둥지
바람이 부는 아침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린 새끼의 주둥이를 쪼아대며
너는 어느새 먹이를 찾아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정 군 수
너의 입술이 어린 새의 주둥이로 파닥일 때
나는 황토언덕길 책보를 묶고 달리고 있었다
산에 올라 숲그늘 산새둥지를 찾아
알락달락한 산새알 두손으로 바쳐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땅거미가 지는 보리밭 처녀무덤 지나
휘파람 불며 기다릴 때
너의 입술은
사랑을 앓는 산새의 부리
깊고 깊은 자취방 그윽한 어둠 속에서
병들어 누운 시를 위하여
강물을 찍어나르듯 사랑을 물고와
나의 핏줄을 쪼아대었다
내 살 속에서 살아 흐르는 피
끈적거리는 핏줄을 군화끈으로 조이며
먼지 나는 황산벌을 달리고 있을 때
너는 그리움으로 말라버린 삭정이를 물어다가
어느새 견고한 둥지를 짓고 있었다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둥지
바람이 부는 아침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린 새끼의 주둥이를 쪼아대며
너는 어느새 먹이를 찾아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