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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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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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국화꽃향기 0 948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갈대 

                    정 군 수


九耳로 들어서는 길에 차들이 꽉 막혀 나는 기다리다 지쳐서 사
람들이 잔뜩 모여선 다리 위로 가 보았다. 그곳에는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찬 전투경찰들이 도로에 주저앉아 대모를 하고 있는 농
민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어제 장마에 집이 떠내려가고 전답이
물에 잠긴 농민들이 수리시설에 항의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었
다. 나는 그들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다리 밑을 넘쳐흐르는 황토
물을 내려다보았다. 황토물은 농민들의 아픔을 들은 채 만 채 굼
실대며 자기 갈 곳으로만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그때 물 속에 절
반이나 넘게 몸을 잠기고 혹은 목과 손끝만을 겨우 내밀고 몸을
흔들어대고 있는 갈대를 보았다.  죽어라고 몸을 흔들며 물살을
거스르고 있는 갈대들. 그렇게 쉴 새 없이 갈대는 몸을 흔들고 있
었다. 그날밤 나는 테레비에서 대모한 농민들이  닭장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보았다. 차에 실려 가면서 그들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하늘에라도 걸은 듯 목에 힘줄을 세우고 손은 하늘을 향하여 연
신 주먹질을 해대고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고향집을 생각하다
아버지를 생각하다 내 시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고 들판이 온통 황금물결로 출렁이고 있을 때 나는 또 九耳
를 지나며 그 다리에서 강물을 내려다 보았다. 흙탕물은 온데간데
없고 강물은 저 혼자서 노래 부르며 발밑에다가 모래무지를 키우
고 있었다. 나는 그때 보았다. 맑은 물 속에 뿌리를 섞고 저희끼
리 살아가고 있는 갈대들 !  햇살 한 올도 흘리지 않고 온몸으로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언제 흙탕물 속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냐는
듯 아무런 불평도 없이 강바닥에서나 강물에서나 갈대는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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