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로 길이 되소서
국화꽃향기
0
1137
2004.08.09 22:30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혼불로 길이 되소서
- 최명희님을 보내며
정 군 수
우리가 모두 깨어있을 때에
홀로 잠들어
영혼의 깊디깊은 강물
혼불의 비밀을
혼자서 물레에 감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잠들어 있을 때에도
홀로 깨어
핏줄로 흐르는 아픈 이야기
당신의 손끝에서
육필로 젖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창가에 먼동이 트면
혼불로 살아나는 생명이여
천리라도 강물을 뛰어 넘어
세상의 끝과 끝
발밑의 작은 이끼꽃까지
우리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아픔에서 피어나는 꽃을 보아라
해가 지면
어깨동무하고 걷던 은행나무 골목
그가 바라본 어릴 적 하늘에
또 하나 반짝이는 별을 보아라
가고 나면 다시 피어날 꽃들을 위하여
당신이 다하지 못하고 남겨둔 이야기
이제 잊고 편히 잠드소서
당신의 창가에 먼동이 터올 때
눈부시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 남겨두고
그 하늘에서 혼불로 길이 되소서
- 1998년 12월 15일 10시 전주시청광장 최명희님 영결식전에서 낭송한 조시임
- 최명희님을 보내며
정 군 수
우리가 모두 깨어있을 때에
홀로 잠들어
영혼의 깊디깊은 강물
혼불의 비밀을
혼자서 물레에 감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잠들어 있을 때에도
홀로 깨어
핏줄로 흐르는 아픈 이야기
당신의 손끝에서
육필로 젖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창가에 먼동이 트면
혼불로 살아나는 생명이여
천리라도 강물을 뛰어 넘어
세상의 끝과 끝
발밑의 작은 이끼꽃까지
우리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아픔에서 피어나는 꽃을 보아라
해가 지면
어깨동무하고 걷던 은행나무 골목
그가 바라본 어릴 적 하늘에
또 하나 반짝이는 별을 보아라
가고 나면 다시 피어날 꽃들을 위하여
당신이 다하지 못하고 남겨둔 이야기
이제 잊고 편히 잠드소서
당신의 창가에 먼동이 터올 때
눈부시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 남겨두고
그 하늘에서 혼불로 길이 되소서
- 1998년 12월 15일 10시 전주시청광장 최명희님 영결식전에서 낭송한 조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