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壽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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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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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壽衣)

국화꽃향기 0 912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수의(壽衣)
                 
                정  군  수       


물레에서 잦아 올린 무명실을 매어
삼베 올올 엮어서
하늘옷을 짓습니다
은전 한 잎보다 가벼운 인생
바늘끝 같은 인연 버리려고
드문드문 주머니 없는 옷을 짓습니다
강물이야 노을이야
저 언덕에 달맞이꽃 손짓하거든
반각도 머물지 말고 어서 가소서
머리맡에 남겨둔 네 눈썹 거두어 두고
바람에도 가비야운 나비옷고름
하얀 가르마 길을 따라
청산 가듯 훨훨 날아서
앞만 보고 가소서
네 문턱에 강물 흐르거든
옷 한 벌로 세상 인연 주어버리고
어허야 디야 뱃노래에 실려
꽃씨보다 가볍게 날아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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