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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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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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에서 1

국화꽃향기 0 916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미륵사지에서 1 
                     
                    정 군 수

                                 
누가 불러 황혼이 내리는 시간을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을까?

잡초더미 깨어진 기왓장 틈새에서는
제 빛깔의 울음으로 생을 짓는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무너져 내린 어깨를 감추려는 듯
미륵탑은 나무 그늘로 숨고 있었다

깊이를 모를 폐허 속으로 돌을 던지며
어느 백제인이 걸었을 소롯길을
어린 것은 달리고 있었다

끝 모를 아득한 곳에서 떠돌다가 
잠자는 주춧돌에 몸을 세우고
어린 동공에서 나를 보는가?

미륵산 머리에는
지금도 천 년 전의 하늘이 떠있고
여린 손끝이 가리키는 어깨에는
피가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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