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에서 2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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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22:35
저자 : 정군수
시집명 :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출판(발표)연도 : 1999
출판사 :
미륵사지에서 2
정 군 수
미륵산을 넘나드는 바람 따라
천 년 세월 속으로 가고 싶다
대웅전 미륵전 솟아오르고
굽이돌면 또 나서는 회랑
합장한 스님들 금당으로 들고
돌다리 아래 물이 흐르던 곳
인연의 강물을 따라서
백제의 하늘로 가고 싶다
페허의 가슴을 드러낸 미륵사지
너를 밟고 간 수 많은 발자국들
기웃거리며 두들겨도 말이 없고
흩어진 주춧돌 베고 아직 꿈을 꾸는가
네 가슴을 파고 씨앗 뿌리던 농부들
무너져 내린 미륵탑 하나로
경배의 땅이었음을 알았거니
끝없는 침묵으로 시간을 묻고
더 깊은 잠을 자야 하는가
역사를 앓던 고통
이방인의 손으로 치유하던 상처
너를 지탱해주던 시멘트도 독이 되어
이제 미륵탑의 뼈를 갉아먹고
저승꽃을 피우며 옥개를 기어오른다
이곳이 서동의 땅이었음을
아픈 흔적으로 지켜온 미륵탑
뿌리째 흔들리다가 온몸으로 무너져 내리면
네 아픈 자리 황량한 바람 불어
잡초 돋아나고
저 모조의 돌탑은
우리 어린것들에게 무엇을 말하리
미륵산을 넘나드는 바람 속에 스며
네 모습이 살아있는 곳
백제의 하늘로 가고 싶다
정 군 수
미륵산을 넘나드는 바람 따라
천 년 세월 속으로 가고 싶다
대웅전 미륵전 솟아오르고
굽이돌면 또 나서는 회랑
합장한 스님들 금당으로 들고
돌다리 아래 물이 흐르던 곳
인연의 강물을 따라서
백제의 하늘로 가고 싶다
페허의 가슴을 드러낸 미륵사지
너를 밟고 간 수 많은 발자국들
기웃거리며 두들겨도 말이 없고
흩어진 주춧돌 베고 아직 꿈을 꾸는가
네 가슴을 파고 씨앗 뿌리던 농부들
무너져 내린 미륵탑 하나로
경배의 땅이었음을 알았거니
끝없는 침묵으로 시간을 묻고
더 깊은 잠을 자야 하는가
역사를 앓던 고통
이방인의 손으로 치유하던 상처
너를 지탱해주던 시멘트도 독이 되어
이제 미륵탑의 뼈를 갉아먹고
저승꽃을 피우며 옥개를 기어오른다
이곳이 서동의 땅이었음을
아픈 흔적으로 지켜온 미륵탑
뿌리째 흔들리다가 온몸으로 무너져 내리면
네 아픈 자리 황량한 바람 불어
잡초 돋아나고
저 모조의 돌탑은
우리 어린것들에게 무엇을 말하리
미륵산을 넘나드는 바람 속에 스며
네 모습이 살아있는 곳
백제의 하늘로 가고 싶다